“요산문학관이 이끌어낸 ‘지역문화 변화’…성과 잇겠다” : 국제신문
- ‘부산 정신의 상징’ 김정한 기리는
- 기념사업회와 10여 년 긴 인연
- 요산문학지도 발간·웹툰 제작 등
- 연구소·문학관 맡으며 성취 주도
- “지역성 강한 문학관 계속 지향
- 요산전집 보완·개정·증보 꾸준히
- 문학관 디지털화도 구상” 포부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재봉 신임 이사장이 지난 2일 부산 금정구 남산동 요산김정한문학관 뜰에 있는 김정한 작가 조형물 앞에서 방향과 계획을 말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지난달 28일 열린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2026년 정기총회에서 부산대 이재봉(국어국문학과·63) 교수는 임기 3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취재 차 찾아간 정기총회 현장에서 새 이사장을 향한 강한 기대감을 느꼈다. 그가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와 함께한 긴 세월이 있고, 기념사업회 산하 요산문화연구소 소장·요산김정한문학관 관장을 맡아 최근 몇 년 보여준 성취가 그런 기대감을 뒷받침했다.
요산김정한문학관(부산 금정구 남산동)은 지난 4, 5년간 활력 있게 돌아갔다. 문학관이 분발하면 지역문화에 어떤 변화·활력·성취·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지 증명했다. 이재봉 이사장은 그 과정의 핵심에 있었다. 그러니 우선 ‘과거’를 살피면, 민간 문학관 하나가 어떻게 ‘비상하는 부산 문화’의 한 사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요산김정한문학관은 ‘사람답게 살아가라’라는 가르침으로 잘 알려졌으며, ‘사하촌’ ‘모래톱 이야기’ ‘수라도’ 등 명작 리얼리즘 소설을 쓴, 부산 정신의 상징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을 기리고 기념하는 문학관으로 생가가 함께 있다.
“13년 전 이규열 이사장(시인) 부임 때 저도 이사를 맡아 줄곧 인연을 이어옵니다. 2022년부터 2년간 요산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했고, 2024~2025년 요산김정한문학관 관장을 맡았습니다.” 문학관학(學)이라는 분과가 있고, 문학관이 단순한 전시 시설로 있지 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지역사회와 관계를 밀접하게 맺어야 한다는 문화 담론도 한때 거셌다. 하지만 부산 여러 문학관은 공공성과 문화 가치가 선명함에도 예산·인력이 언제나 모자라 그런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 고마운’ 면이 있다.
요산김정한문학관은 ‘가만있지 말고,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보자’는 기세로 이런 통념을 깼다. “2018년 저는 재일동포 학자이자 예술가 서경식(1951~2023) 선생이 계시던 도쿄게이자이대학교에 머무르며 연구했습니다.” 그때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 거리에 자주 갔다. 일본 특유의 세심함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 속 공간을 체험하게 해놓은 그곳을 다니며 “리얼리스트인 요산 선생은 작가 생애가 아니라 ‘작품’ 속 장소·공간을 잇는 문학지도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요산문화연구소장이던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한국작고문인선양사업이 시행되자 곧장 ‘요산문학지도 만들기’를 응모해 선정됐다. 그렇게 확보한 예산으로, 연구원들(최학림 문재원 나여경 김요아킴 양순주)과 1년 꼬박 작업해 지도를 완성했다. 지역 민간 문학관이 거둔 드물고 뜻깊은 성과라며 지역 언론이 잇달아 보도하는 등 관심이 쏟아졌다. 이 이사장은 “제임스 조이스 문학지도 말고는, 작가의 작품 속 장소와 공간을 잇는 문학지도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요산문학지도’는 요산문학기행 등 관련 행사 때마다 시민 손에 들려 안내 구실을 톡톡히 했다. 지난 정부 들어 예술 현장 사업바·지원금이 줄었을 때도 ‘위축된 상태로 가만있을 수 없다’는 내부 공감대가 생겼다고 그는 떠올렸다. “시민과 함께하는 ‘길 위의 인문학’ 공모가 있기에 응모해 2025년 ‘문학으로 만나는 돌봄 인문학’ ‘요산 김정한 문학의 길’ 등 2개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그때 이사·연구원이 휴일에도 문학관에 나와 응모계획서를 분주히 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25년에는 국립한국문학관의 지역문학관 활성화 및 협력지원사업에 ‘모래톱 이야기, 웹툰으로 피어나다’를 응모해 선정됐다. 기념사업회 이사인 이상섭 박향 작가가 글과 편집을 맡고, 김근예 웹툰작가가 그린 인상 깊은 웹툰 ‘모래톱 이야기’는 문학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 언제든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문학관은 살아 있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낸 그에게 신임 이사장으로서 계획·방향·포부를 물었다. “사업을 기획·응모할 때 금정구 어린이집이나 주민 단체, 범어사 등과 함께하려고 애썼는데 앞으로 이런 노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그는 금정구민·부산시민과 친한, ‘지역성이 강한’ 문학관을 지향한다고 했다. 이어 “부산대 디지털인문학센터 등과 협력해 문학관의 요산 선생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구상도 있다”고 했다.
기념사업회는 요산 전집을 보완·개정·증보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이 이사장은 “요산 선생 일기를 현대어로 다 바꾸어 놓았고 새로운 글을 발굴하는 등 성과가 많다. 올해가 요산 선생 타계 30주기, 요산김정한문학관 개관 20주년인 만큼 사명감이 더 크게 든다. 부마항쟁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와 나림 이병주 문학콘서트 등과 협업할 방법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